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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광해, 왕이 된 남자 > 의 권력,리더쉽, 그리고 인간성의 재해석.

by syoung50 2025. 4. 19.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보여주는 권력, 리더십, 그리고 인간성의 재해석

2012년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 광해군 시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 사극이지만, 단순히 시대극에 그치지 않는다. 이 영화는 '권력은 누구의 것인가', '진정한 리더십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정치와 인간성, 그리고 권력의 구조가 어떻게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특히 주인공 하선을 통해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에 있어 ‘인간다움’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를 되묻게 한다. 이 글에서는 영화가 전하는 권력과 리더십의 다층적 메시지를 분석하고, 오늘날 사회에 시사하는 바를 살펴보고자 한다.

1. 권력은 자리가 아닌 태도에서 나온다

영화는 권력의 상징인 왕좌를 중심으로 전혀 다른 두 인물을 배치한다. 실제 왕인 광해는 권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의심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점차 통치자로서의 존재감을 상실해 간다. 반면 하선은 평범한 광대에 불과하지만, 우연히 왕의 대역을 맡으며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정치를 바라본다. 그는 백성의 고통을 직접 겪은 인물이기에, 왕으로서 권력을 행사할 때도 고통받는 이들의 입장에서 판단한다. 하선이 보여주는 리더십은 전통적인 위계나 혈통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주변 신하들과 소통하고, 백성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며 결정을 내린다. 기존의 왕들과 달리, 명분과 권위에 기대기보다는 ‘무엇이 올바른가’를 중심에 둔다. 이는 곧, 권력의 정당성이 어디에서 비롯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진정한 권력은 지위가 아닌, 행동과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다.

2. 리더십은 권위가 아닌 공감과 도덕성에서 비롯된다

하선의 통치는 탁월한 정치 기술이 아닌,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에서 출발한다. 그는 법보다는 정의를, 형식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먼저 본다. 중전과 궁녀, 신하, 심지어 감히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백성에게까지 따뜻한 관심을 보이며, 그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한다. 이러한 모습은 기존의 권위 중심적인 리더상과 대비된다. 리더십이란 강력한 통제력이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능력이다. 하선은 진짜 왕이 아니었지만, 오히려 '진짜 같은 왕'이 되어간다. 이는 정치 리더가 반드시 태생적으로 특별할 필요는 없다는 점, 그리고 인간적인 감성과 도덕성이야말로 리더십의 핵심 자질임을 강조한다. 하선은 백성을 울리는 법보다는, 백성을 웃게 하는 정치를 선택함으로써 새로운 리더의 모델을 제시한다. 또한 영화는 리더의 변화 가능성도 시사한다. 하선은 처음엔 두려움에 떨지만, 시간이 흐르며 책임감을 깨닫고 자신만의 정치 철학을 만들어간다. 이는 리더십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선택을 통해 형성되는 과정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3. 권력과 인간성은 충돌하는가, 공존하는가?

<광해>의 가장 인상 깊은 지점은, 권력과 인간성의 관계를 단순히 대립구조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영화는 이 둘 사이의 갈등을 통해 인간적인 정치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하선이 이상적인 판단을 내릴 때마다 기존 권력자들, 특히 내시나 조정 대신들과 충돌한다. 그들은 권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으며, 하선의 도덕적인 통치는 그들의 이해관계와 충돌한다. 이처럼 권력은 본질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구조이며, 인간적인 선택이 항상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영화는 포기하지 않는다. 하선은 타협보다는 원칙을 선택하며, 때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옳은 길을 선택한다. 이는 ‘좋은 사람이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해 ‘가능하다’는 희망의 답을 제시하는 셈이다. 광해와 하선의 관계도 흥미롭다. 광해는 하선의 통치를 지켜보며 자신이 잃어버린 초심을 되돌아본다. 하선은 광해의 그림자에서 출발했지만, 어느새 진짜 왕보다 더 왕다운 존재로 성장한다. 이들은 서로에게 거울이 되어, 리더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인간성을 회복해 간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단순한 역사극이 아니다. 그것은 권력의 본질, 리더의 책임, 그리고 인간다운 정치란 무엇인가를 묻는 깊이 있는 철학적 질문이다. 영화는 왕이라는 위치가 아니라,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나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진짜 리더십은 공감, 도덕성, 책임감에서 비롯되며, 권력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선한 힘이 될 수도, 파괴적인 힘이 될 수도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어떤 리더를 원하고, 또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를 말이다.